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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때가 있다. 그때 나는 하늘 냄새를 맡는다.
by ch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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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오히려 창의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아마 이곳에 계신 분들도 나름 창의성에 대해 많은 압박을 받으실 텐데, 제 강연을 들으시면서 좀 다른 관점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에 대한 관점들도 더욱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은 과연 창의적인 존재인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창의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창의성은 과연 긍정적인 부분만 있을까요?
창의성이라고 하면 틀에 갇히지 않고, 참신하고 비범하다는 생각을 떠올립니다. 보통 우리는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좋은 쪽만 생각하는데 틀 밖으로 나오는 아이디어가 늘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나쁘거나 위험할 수도 있죠.
그래서 인간은 창의성을 많이 억누르며 사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함부로 창의성을 발휘하면 뇌의 인지적 자원을 소모하고 / 사회성을 위협받으며 /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뇌는 반복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사람들은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기 위해 일을 습관이라는 것으로 묶어버리고 창의성의 스위치를 끄고 살아갑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창의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우리 사회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창의성보다는 맡겨진 일을 문제없이 수행하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예술과 같이 특수한 분야에서는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예술? 창의성의 아웃소싱

예술은 왜 존재할까요? 마음의 측면에서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술이 그동안 창의성의 측면을 전담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예술가들은 창의적이지 않으면 망하는 사회였으니까요.
예술사를 뒤돌아보면 예술가들이 창의적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기의 인생을 걸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 아주 소수만이 성공해왔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창의성의 스위치를 꺼놓고 살아가지만 그런 우리들 대신 예술가들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술, 음악, 영화 속에 우리의 창의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예술 속의 반전이란, 그것으로 하여금 스토리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할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예술에서 우리는 그런 것을 기대하죠.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들에게 가서 안전하게 창의성을 흡수하도록 사회가 진화해 온 것이고,
예술가들도 그것에 부응하도록 더욱 창의력을 키우게 됩니다.


이야기의 창의성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상황을 우리에게 준비시킵니다. 이야기로 경험한 것은 쉽게 잊지 않죠.
왜냐하면 감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현실과 비슷해 보이지만 크게 다른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갈등(트러블)이 있다는 건데요, 끝없는 트러블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을 좋아할까요?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능력을 키우고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인간은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는 상황을 이야기를 통해서 해소하기를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자기중심적 자기 세계에서만 살면 타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은 몇 백 년 동안 인류가 축적해 온 인간의 감정의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입니다. 이것을 언어화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어화하지 않은 감정은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감정은 훨씬 깊이 우리를 사로잡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으로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 다양한 사람과 협력하는 세상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잘 살아갈까요?
어렸을 때부터 들은 이야기들로 타인의 감정, 심리, 처지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공감과 소통, 감정을 통한 학습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람과 협력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단지 선의만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면 그것은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 틀 안에서만 갇혀서 사고하면 안 되고 이런 사고를 벗어나야만 많은 사람들과 협력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인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창의성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 예술의 역할은 바로 그것을 돕는 것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에는 한계가 있고 기계의 창의성에는 마음이 없다 ’ 우린 여기서 출발해서 기계와 인간의 차이들을 다시 사고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 2018.10.12 삼성리서치

  김영하 작가 -

간결한 문장 속의 냉철함으로 현실을 꿰뚫어보는 작가
tvN [알쓸신잡] 출연, SBS [힐링캠프] 강연, NYT 뉴욕타임스 정기 칼럼,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 진행
보통의 인간은 본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존재지만 예술을 통해 이를 보완하도록 진화했다.
평범한 인간들에게 부족한 창의성을 어떻게 예술로 보완할 수 있는가,
문학과 예술은 어떻게 인간의 창의성을 일깨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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